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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당신에게 블로그란 무엇입니까?

by 꿈꾸는엘프 2008. 3. 1.
블로그를 시작한지가 벌써 햇수로 5년이 지났습니다.
"나에게 블로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보기 위해 적어 보았습니다.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__)


1. 블로그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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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 제로보드 사용

원래는 지인들과의 커뮤니티, 개인적인 자료와 사진등의 보관 그리고 각종 소스와 스크립트의 테스트를 위해서 당시 홈페이지라면 거의 필수요소처럼 여겨졌던 제로보드를 이용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제로보드 소스를 뜯어보며 이것저것 고쳐서 적용했을때의 그 희열이란...^^



2003년 블로그의 열풍과 함께 제로보드에 플러그인 형식으로 사용하여 블로그를 즐길 수 있게 해준 ZOG의 등장으로 블로그라는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2. 블로그의 시작.

2004년 첫 발표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테터툴즈를 만나게 되었고 그것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이고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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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 테터툴즈

어떤 이야기를 포스팅 할까? 어떤 스킨을 만들어 볼까? 몇일씩 고민을 했다.

테터툴즈의 아쉬운 기능을 채우기 위해 소스를 뜯어서 원하는 기능을 넣어보고 스킨을 만들기 위해 몇일을 밤새고...




여기저기 메타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초창기 메타사이트는 지금처럼 파워 블로거의 모습이나 이슈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저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블로그가 지금처럼 제대로 된 1인 미디어의 모습?을 띄기 전 초기의 모습은 어원 그대로 "Web + Log"의 모습이었다.
웹에 남기는 기록...정도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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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 올블로그

블로그 사용자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메타블로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게 된다.

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주제를 가진 블로그와 빼어난 글솜씨로 방문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갖가지 최신 정보와 매력적인 창작물들로 메타사이트를 휩쓰는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3. 파워블로거의 꿈.

이때 쯤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나 역시 그렇게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했던 시기가...

뜨는 이슈들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하고 기억하고 싶은 갖가지 이야기와 자료들을 스크랩 해두는 용도가 아닌 나름 양질의 포스팅으로 다른 블로거들의 댓글/트랙백 폭탄을 맞아보기 위한 파워블로러의 꿈.

당시 프로그래밍을 하던 나의 관심사는 당연 소프트웨어였다.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은 각종 해외 커뮤니티와 자료실들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리며 좋은 프로그램 혹은 전혀 새로운 기능의 프로그램이 올라오면 하루에도 몇 번씩 깔았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분석하며 그렇게 소프트웨어 리뷰를 작성 했었다.

당시 첫 직장에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던 내가 하나의 포스팅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일주일에 하나의 포스팅을 하기도 상당히 벅찼었다.

글솜씨가 모자라 설명은 엉망이었고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회사생활에 지치고 새로운 취미(사진)에 빠져 포스팅을 가뭄에 콩나듯 할때쯤 나에게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4. 되돌릴 수 없는 기억.

테터툴즈의 판올림이 있던 그날..
기쁜 마음에 테터툴즈 사이트에 발표되자마자 바로 판올림과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시도.
결과는 orz...

한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쌓아왔던 DB를 홀랑 덮어쓰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줄도 모르고 몇번의 재시도를 하고 시간이 흐른 뒤.
호스팅 회사에 복구를 의뢰 했지만...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내가 사고를 쳐버린 DB로의 백업이 이미 진행된 뒤여서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이...ㅠㅠ

나름 엄청난 사건에 충격을 받아 한동안 홈페이지를 닫아두게 된다.
하지만 그 공백이 그리 길게 가지는 못했다.


5. 다시 시작.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방문자도 별로 없었는데 뭐...그냥 깨끗하게 다시 시작하자!"

이미 제로보드에서 테터툴즈로 넘어오면서 몇번의 데이터 손실이 있었고 그럴때마다 복구보다는 새롭게 출발을 했던터라 다시 마음을 추스르기 쉬웠다.

다시 테터툴즈를 설치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블로깅을 시작한다.
하지만 예전의 그 열정은 사라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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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 펌질용 카테고리

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포스팅은 나의 최대 관심사였던 "살찌기 프로젝트", 혹은 여기저기서 알게된 각종 팁, 맛집, 정보들의 스크랩이었다.

당연히 방문자는 거의 없었고 단지 "스크랩북+가끔 쓰는 일기" 정도로만 사용 했었다.





6. 나만의 타임머신을 만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내가 블로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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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맘때의 글 목록

그래서 돌아봤다.
예전 포스팅들을 하나 둘 읽어보기 시작했다.

스크랩해둔 글들을 보고 있으면 당시 나의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었고
일기처럼 쓴 글들을 보면 지난날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몇 안되지만 내가 썼던 장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 당시 나의 관념과 철학?을 알아볼 수 있고 또 지금은 달라져 있기도 한 그 생각에 스스로 찬성-반대를 해 보게본다.


결국 내 블로그는 그것이 스크랩으로 채워지든, 일기로 채워지든,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채워지든 결국 언제든 과거의 포스팅을 보면 당시로 떠날 수 있는 나만의 "타임머신"같은 존재랄까?


7. 나에게 있어 최고의 포스팅은 무엇인가?

한동안의 블로깅 잠수와 과거 포스팅을 보며 느낀 점은...

"내 블로그는 꼭 양질의 포스팅으로 방문자가 많이 찾아온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나만의 Web Log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서는 몇일 밤을 새가면서 스크린샷을 저장하고, 소스코드를 살피며 영문 사이트를 번역하고, 프로그램을 깔았다 지웠다 하며 분석했던 컨텐츠 중심의 포스팅 보다는 내 소소한 일상과 내 생각들을 포스팅한 글들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물론 컨텐츠 중심의 글도 당시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으니 하찮은건 아니겠다^^)


8. 새로운 블로깅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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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 소소한 일상의 기록

얼마 전. 텍스트큐브에서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기고 다시 블로깅을 시작하였다.
블로그를 하는 목적이 명확해 졌으므로 당연히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더 이상 "오늘은 몇명이나 왔을까? 어떤 댓글이 달렸을까? 방명록에 새로운 글이 있으려나?" 같은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나에게 혹자는 이렇게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싸이 다이어리를 써라."
  "그런 목적으로 블로그를 한다면 메타 사이트에 '발행'은 하지 마라."
  "너의 그런 쓸데없는 포스팅으로 메타 사이트들을 채우지 마라."라고...

그런 그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 일상을 기록하는데 싸이를 쓰건 티스토리를 쓰건 그건 나의 선택이 아닌가?"
  "소소한 내 일상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추억이 되지 않겠는가?"

이제 블로깅에 관한 나의 생각이 뚜렷해 졌으니 방문자에 연연하지 않겠다.
스크랩이든 일기든 모두 나에겐 Web에 남기는 나만의 Log가 될테니까...
(하지만...댓글과 방문자 수에 자꾸만 집착하게 되는건 왜일까요? ^^)

9. 마치며...

요즘 블로그들을 보면 참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애드센스 수익을 위해 갖가지 이슈들을 모아놓은 낚시형 블로그
각종 쇼핑몰/성인 사이트로의 납치를 위한 납치형 블로그
자신만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일기형 블로그
독특한 시각과 논점으로 멋진 글을 작성하시는 작가형 블로그
처음 보는 정보들로 가득찬 얼리아답터형 블로그
각종 사회현상과 이슈들에 대해 날타로운 지적을 해주시는 논술형? 블로그
다양한 방면의 전문적인 정보로 많은 찬사를 받는 전문가형 블로그
기타 분류하지 못한 수많은 블로그들...

이렇게 수없이 다양한 블로그들을 보며 "나에게 블로그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해보기 위해 짧은 글실력으로 길게 써보았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 쓰다보니 감당하기가 힘들만큼 늘어나네요.
언제 다시 이렇게 긴 글을 쓸수 있을런지...^^


지금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블로그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