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crap

길게 누운 소를 닮은 곳, 우도

by 꿈꾸는엘프 2006. 2. 5.
연애감각 을 키우기 위해 찾아간 곳은 우도다. 작업 을 걸기에도 좋고 아름답고 연애감각 최고치를 달성할 수 있는 곳이다. 길게 누운 소의 모양이라 하여 이름 붙은 섬, 우도가 변하고 있다. 섬의 모양이 변한다는 것이 아니다. 섬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 무엇이 변하고 있을까. 섬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테마는 바로 ‘동화’이다.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와 동화 같은 영화 촬영지, 또 동화 속 주인공이 잠시 되어볼 수 있는 동화 속 장소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 우도이다.

길게 누운 소를 닮은 곳, 우도
제주 동쪽 성산포항에서 3.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이다. 우도에 사람이 정착한 때는 조선조 헌종 9년(1843)경이다. 그 이전에는 숙종 23년(1679) 이후 설치된 국마목장이 있어 말들이 주인이었다. 순조 23년(1823) 제주 백성들의 개간 요청이 헌종 8년에 받아들여졌다. 이후 섬 전체가 하나의 용암 대지인 우도는 넓고 비옥한 평지에서 고구마와 보리, 마늘 등의 농산물을 경작하고, 드넓은 바다에서 고등어·갈치·전복 등 풍부한 해산물을 생산하는 유인도가 되었다. 소·돼지 등의 사육도 활발하다. 이처럼 자연 산물이 풍부해 생활이 풍족하였기에 우도 사람들은 섬을 떠나지 않았다. 때문에 대대로 살아온 토박이가 많은 것이 특징. 자연 경관도 아름답다.

우도는 남쪽 해안과 북동쪽 탁진포를 제외한 모든 해안에 해식애가 발달했다. 때문에 우도팔경이라 불리는 각종 해식동굴과 단애가 자리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천혜의 섬이다.

걸리버 여행기 안으로 떠나는 우도등대공원
우도항에 내려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우도의 남동쪽 끝인 쇠머리오름이 있다. 높이 132m의 우도봉은 우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우도의 명물인 빨간 등대가 있다. 이곳에 1903년 지어진 등대를 개조한 우도등대공원이 있다. 제주도 첫 등대로 1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곳은 지난해부터 약 32억원을 투자해 높이 16m의 등탑을 새로 세우고, 대형 등명기를 설치해 등대 불빛의 전달거리를 32km에서 43km로 늘렸다. 또 홍보관과 전시·영상실, 야외 전시장, 전망대, 산책로 등도 갖춘 해양친수 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우도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야외 전시장에는 독도 등대 등 국내 아름다운 등대 8개소와 프랑스의 코르두앙 등대 등 해외 등대 명소 6곳의 미니어처가 전시되어 있다. 이미 아름다운 등대로 유명한 곳들인지라 미니어처들이 전시된 나무공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소인국 여행을 하는 듯하다. 등대 미니어처들이 있는 야외 전시장을 지나 우도봉 정상에 오르면 빨간 지붕의 우도 등대가 나온다.

사방이 바다인 이곳은 둥근 수평선을 관찰할 수 있는 곳.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등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해보자. 제주의 눈 시린 바다가 배경으로 나온다. 길을 오르느라 더위에 지쳤다면 등대박물관인 실내 전시장으로 들어가자. 이곳에는 각종 항로 표지(등대) 장비, 등명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항로 표지 역할과 역사를 알 수 있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시원함이다. 영상물을 보며 제주 등대의 역사도 알고 더위도 식힐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이다.

꿈과 상상의 나라인 우주를 만날 수 있는 곳, 우도 자연사박물관
우도봉을 내려와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2003년 10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자연사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폐교를 손대지 않고 그대로 활용한 자연사박물관은 우도에 새롭게 자리한 명물. 동화 속 나라로 떠나는 여행인 우도에서 우주로 향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운석과 수억 년 전부터 생성된 화석, 천연 광물, 1천5백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우주에서 떨어진 모습 그대로의 운석과 가공해놓은 운석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운석뿐이 아니다. 동물과 식물을 본래 모습 그대로 담고 있는 화석도 전시되어 있는 것. 보석의 원석을 전시해놓은 광물석관도 있다. 아직 가공되기 전의 보석들이지만 가공된 이후 보석들의 모습을 유추해내기란 어렵지 않다.

이렇게 전시관을 한 바퀴 돌아보는 동안에는 이곳이 제주도 속의 섬 우도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하지만 다시 현실로 되돌려주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 사람들의 풍습을 엿볼 수 있는 제주생활관이다. 육지와는 다른 옛날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으로 우도 여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인어공주가 될 수 있는 곳, 하고수동 해수욕장
제주의 북동쪽에 자리한 비양도를 지나면 움푹 들어간 해안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그림처럼 펼쳐진 곳이다. 이곳은 우도의 가장 큰 마을인 하고수동. 6월 25일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전도연과 박해일의 달콤한 신혼살림 터인 이곳은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만큼 낭만적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찾아가기 좋은 공간으로 추천. 별다른 시설물은 없으나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우도의 향기에 심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낮에 보는 바다보다 밤에 보는 바다가 더 낭만적이라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설명. 밤에는 하늘의 별빛과 멀리 야간 조업을 하는 배들의 불빛이 어우러져 또 다른 낭만을 만들어내기 때문. 영화 속에선 섬마을 최고의 해녀인 전도연과 동네 최고의 미남 우체부인 박해일의 해프닝 배경으로 그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한다.

살아 있는 동화의 주인공을 만나는 곳, 어묵집 ‘초록우도’
우도에는 또 다른 동화가 있다. 섬마을의 평범한 총각과 육지의 화가 처녀가 만나 결혼한 얘기이다. 하고수동 해안을 지나 우도항으로 향하는 길에 우도의 연대를 만날 수 있다. 작은 등대 하나 서 있는 그곳에 동화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 어묵가게 ‘초록우도’가 있다. 그렇다고 근사한 초록집을 찾지는 말자. 트럭을 개조해 만든 작은 공간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그 작은 트럭 옆에 놓인 그림들이다.

우도에서 만나는 야외 전시 공간은 어묵가게 안주인인 안정희 씨의 전용 전시관이다. 우도의 공기와 향기 그리고 바다가 전시관이 되어주는 것. 그에 걸맞게 그녀의 작품도 바다와 우도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동화 같은 사랑 얘기 때문인지 이곳은 연인들의 단골 촬영지가 되었다. 길을 달리다 유난히 차가 많이 멈춰 서는 곳이 바로 그곳.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공간이다. 연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커플도 많다. 그러나 연대가 유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연대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 것은 삼가야 한다.

‘시월애’의 사랑이 머무는 공간, 서빈백사
산호모래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서빈백사는 우도팔경 중 하나이다. 이곳이 얼마 전 지질문화재로 인정돼 서빈백사 해수욕장 공유 수면 95만6천여m2가 천연기념물 438호로 지정되었다. 홍조류가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형성된 홍조단괴가 길이 300m, 너비 약 15m의 해안에 분포해 있다.

우도처럼 해수욕장 자체가 홍조단괴로 이뤄진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그동안 우도의 홍조단괴는 흰색이었기 때문에 산호모래로 잘못 알려졌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앞으로는 서빈백사 주변에 새로 건물을 짓거나 모래를 가지고 나갈 수 없다. 그러나 해수욕을 즐기는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

빨간 머리 앤의 집, 우도 초콜릿 캐슬
서빈백사를 찾으면 초록 지붕을 가진 이색적인 공간이 눈에 띈다. 이곳은 아시아 유일의 초콜릿 전문 박물관인 초콜릿 캐슬(www.chocolatemuseum.org)의 우도 분점이다. 우도의 동화적 이미지에 맞춰 이곳은 ‘빨간 머리 앤’의 집으로 꾸며졌다. 그냥 ‘빨간 머리 앤’의 집이라 이름만 붙인 것이 아니다. 실제로 ‘빨간 머리 앤’의 동화 속 배경이 되었던 캐다나 동부의 프린스 에드워드섬에 있는 ‘빨간머리 앤’의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2003년 5월에 문을 연 이곳은 다양한 앤의 기념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1층에는 초콜릿박물관에서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과 커피 그리고 앤과 관련된 다양한 기념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기념품의 경우 대부분 캐나다 현지에서 수입한 것. 2층은 앤을 테마로 한 숙소로 꾸며졌다. 두 개의 방이 있는데 하나는 앤의 방으로 분홍색이 주조. 또 하나는 앤의 친구인 다이애나의 방으로 연한 파란색 주조로 꾸며져 있다. 앤의 집답게 소설 속에서 앤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매슈’ 할아버지 역을 맡은 관리인 할아버지가 친절히 안내해준다. 1박당 비수기 5만원, 성수기 10만원. 문의 064-784-2171

이렇게 우도 여행이 끝난다. 해안 곳곳에 숨겨진 비경을 돌아보려면 우도 해안선을 따라 도는 해양 관광선을 타야만 한다. 하지만 우도의 진짜 볼거리는 걸어다녀야 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도 사람, 우도 먹거리, 우도 인심은 직접 접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도로 떠나는 올 여름 여행. 동화 주인공이 되어 즐기자.

입장료 우도 해양군립공원 어른 1천원, 자동차 소형 4천원 배삯 어른 2천원, 자동차 소형 2만2천원

찾아가는 길
렌터카를 빌린 경우라면 제주공항에 내려 12번 동회귀선을 타고 성산포항으로 달린다. 대중교통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성산포항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성산포항에서 우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 오전 7시 30분부터 30분 간격, 9시 이후부터는 1시간 간격으로 배가 출발한다. 그러나 배에 손님이 다 차면 떠나기 때문에 출발 시간은 유동적이다. 마지막 배는 오후 7시, 우도에서 성산포로 출발하는 마지막 배는 오후 6시 30분에 있다. 문의 성산포항 064-782-5671.

맛집
제주 남원항에 위치한 태평양횟집(064-764-1487)은 제주 토박이들이 많이 찾는 횟집이다. 자연산 회만 취급해 약간 비싼 것이 흠. 그러나 진짜 제주산 회를 맛볼 수 있는 곳. 서귀포 송산동에 위치한 자구리식당(064-763-9898)은 서귀포항으로 들어오는 싱싱한 제주 갈치를 구워내는 갈치구이 전문점. 이곳의 해물 뚝배기도 일품.

잠잘 곳
펜션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핀란드산 홍송으로 지어진 고급 펜션이다. 야자수 1백여 그루와 소철 1백40여 그루가 만들어내는 정원 풍경이 아름답다. 객실 테라스에서 제주 한라산과 남원 앞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훌륭한 조망권도 갖추고 있다. 전 투숙객에게 영양사이자 한식·일식 조리사인 안주인이 만드는 영양죽을 아침에 제공한다. 오픈 기념으로 7월 15일까지 객실료를 15% 할인한다.
문의 064-764-9669, www.jejutiffany.com